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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교감

강아지는 당신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기억한다

매일 같은 시간, 현관문 앞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는 강아지.
당신이 아직 집에 없는데도, 강아지는 이미 그 자리에 있습니다.
시계도 없고, 달력도 모르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 자리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저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존재가 나를 이렇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가슴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는 시간을 압니다
강아지는 시계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강아지에게는 시계보다 더 정확한 감각이 있어요. 바로 냄새입니다.
보호자가 집을 떠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집 안에 남아있는 보호자의 냄새는 서서히 옅어집니다. 강아지는 이 냄새의 농도 변화를 감지하며 시간의 흐름을 읽어요.
냄새가 이만큼 옅어졌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뜻. 슬슬 돌아올 시간이 됐다는 뜻.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강아지는 몸으로 배웁니다. 그래서 당신이 퇴근하기 몇 분 전부터 강아지는 이미 현관 앞에 나와 앉아 있는 거예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서, 그 시간에, 어김없이.
혼자 있는 동안 강아지는 무엇을 할까요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강아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강아지는 보호자가 없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냅니다. 하루 평균 12~14시간.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자는 것이 아니에요.
잠들 때 강아지는 반드시 보호자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보호자가 어제 입었던 옷, 자주 앉던 소파 쿠션, 베개 옆자리.
그 냄새 곁에서 눈을 감아야 비로소 안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냄새만 있으면 강아지는 곁에 있다고 느낍니다. 잠이 들면서도 당신을 품고 자는 강아지. 그 사실이 마음 한켠을 뜨겁게 만들지 않나요.
힘든 날을 강아지는 현관에서부터 압니다
평소보다 늦게 돌아온 날. 어깨가 축 처진 날. 말수가 줄어든 날.
강아지는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압니다.
평소라면 폴짝 뛰어오르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을 텐데, 오늘은 다릅니다. 조용히, 천천히 다가와 옆에 딱 붙어 앉아요. 꼬리는 낮게, 천천히 흔들립니다.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오늘은 조용히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작은 배려가 어떤 위로의 말보다 깊게 가슴에 닿는 이유가 있어요. 강아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당신이 오늘 하루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에요.
3년을 기다렸던 강아지 이야기
얼마 전, 한 보호자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3년간 입원하게 된 보호자. 그동안 강아지는 가족이 돌봐주었지만 매일 현관 앞에 앉아 문을 바라봤다고 합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호자가 드디어 집에 돌아온 날, 강아지는 문이 열리는 순간 얼어붙었다고 해요. 믿을 수가 없어서.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서. 그러다 천천히 다가와 보호자의 손등에 코를 박고 오래도록 냄새를 맡았습니다.
맞아. 이 냄새야. 내가 3년 동안 기다린 그 냄새.
그 순간 보호자와 강아지가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강아지는 기억합니다. 잊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하는 존재의 냄새는 강아지의 기억 속 가장 깊은 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현관문을 열기 전, 잠깐 멈춰보세요.
문 너머에서 이미 기척을 느끼고 꼬리를 흔들고 있을 그 존재를 생각해보세요.
오늘 당신이 어떤 하루를 보냈든, 얼마나 지쳤든, 얼마나 상처받았든 강아지에게 당신은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변함없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오늘은 현관에서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어주세요. 강아지가 냄새를 실컷 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 더 오래 안아주세요.
강아지는 오늘 하루 종일 그 포옹 하나를 기다렸으니까요.
당신이 집에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강아지에게는 오늘 하루를 살아낸 이유입니다.